지난 3개월 동안 국고채 시장에서 조용히 벌어진 일이 있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더 올랐다. 그것도 아주 규칙적으로.
5월 첫 주와 8월 첫 주의 주간 평균을 비교하면 이렇다. 국고 2년 +14.5bp, 3년 +16.7bp, 10년 +33.4bp, 20년 +58.6bp, 30년 +70.3bp. 만기 순서대로 상승폭이 커진다. 예외가 없다.
같은 기간 미국은 정반대였다.
1. 한국과 미국이 반대로 움직였다
| 만기 | 한국 국고채 | 미국 국채 |
|---|---|---|
| 2년 | +14.5bp | +33.2bp |
| 3년 | +16.7bp | — |
| 10년 | +33.4bp | +28.7bp |
| 20년 | +58.6bp | — |
| 30년 | +70.3bp | +25.1bp |
2026년 5월 1~8일 평균 대비 7월 30일~8월 6일 평균. 한국은 한국은행 ECOS, 미국은 FRED(DGS2·DGS10·DGS30) 일별 시계열을 직접 집계했다.
미국은 만기가 길수록 덜 올랐다. 단기가 앞장서고 장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완만한 베어 플래트닝이다. 30년-2년 스프레드는 106.4bp에서 98.3bp로 좁아졌다.
한국은 만기가 길수록 더 올랐다. 30년-3년 스프레드는 24.6bp에서 78.2bp로 세 배가 됐다.
방향이 반대라는 사실이 이 글의 출발점이다. 글로벌 금리 레벨이 전반적으로 올라서 생긴 현상이라면 양국 커브가 같은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 초장기 구간에서 벌어진 일은 국내 요인이다.
2. 5월의 한국 초장기 커브는 역전 상태였다
더 눈여겨볼 것은 출발점이다. 5월 첫 주 한국의 30년-10년 스프레드는 −8.8bp였다. 30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낮았다는 뜻이다. 8월 첫 주에는 +28.1bp로 돌아섰다.
초장기 구간의 금리 역전은 만기가 길수록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기간 프리미엄의 상식과 어긋난다. 그런데도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가격에 둔감한 대형 매수 주체가 만기 구간을 고정한 채 꾸준히 사들이는 경우다. 국내 초장기 국고채에서 그 역할을 해 온 것이 보험사의 부채 듀레이션 매칭 수요다.
지난 3개월의 움직임은 그 역전이 해소되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해소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해소시켰느냐다.
3. 원인은 아직 가설이다
여기서부터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위의 숫자는 가격 데이터다. 가격은 결과만 보여주고 원인은 말해주지 않는다. 설명으로 성립할 수 있는 후보는 셋이고, 각각을 확인하려면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 초장기 공급 증가 – 국고채 발행계획의 만기별 구성이 초장기 쪽으로 이동했는지. 기획재정부 월별 발행계획과 실제 낙찰 물량으로 확인한다.
- 보험사 매칭 수요 둔화 – K-ICS 경과조치 적용 상황, 보험부채 듀레이션 산출 기준 변화, 신규 저축성 보험 판매 추이가 초장기 매수 여력을 바꿨는지. 금융감독원 통계와 개별사 공시로 확인한다.
- 글로벌 초장기 수요 약화의 동조 – 8월 6일 일본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은 3.86배로, 직전 4.55배에서 크게 낮아졌다(최근 12개월 평균은 3.49배). 초장기 구간의 수요 약화가 한국만의 일이 아닐 가능성이다. 다만 입찰 한 건은 추세의 근거로 약하다.
셋은 배타적이지 않다. 동시에 작동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지금 확실한 것은 커브가 움직였다는 사실뿐이고, 왜 움직였는지는 수급 데이터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구분을 흐리는 순간 리스크 관리는 시장 전망으로 바뀐다.
4. 그래서 데스크는 무엇을 하는가
첫째, 듀레이션 갭의 부호부터 확인한다. 초장기 금리 상승이 손실인지 이익인지는 기관마다 반대다.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보다 긴 기관은 초장기 금리가 오를 때 부채 현재가치가 더 많이 줄어 순자산이 개선된다. 자산이 더 긴 기관은 그 반대다. 방향을 먼저 확정하지 않으면 이후 논의가 전부 헛돈다.
둘째, 듀레이션 하나로는 이번 움직임이 잡히지 않는다. 3개월간 커브가 평행 이동하지 않고 기울어졌다. 단일 듀레이션은 평행 이동을 가정하므로 이런 국면에서 손익을 크게 빗나간다. 만기 구간별로 민감도를 쪼개는 키레이트 듀레이션이 필요하고, 그 전제는 구간별로 신뢰할 수 있는 제로커브다. 커브를 어떻게 구축하는지는 금리커브 부트스트래핑에서 따로 다뤘다.
셋째, 한미 스프레드는 만기마다 다르다. 8월 4일(양국 관측이 모두 존재하는 날) 기준으로 미국 금리에서 한국 금리를 뺀 값은 2년 59.7bp, 10년 37.0bp, 30년 62.3bp다. 가운데가 눌린 U자 형태다. 10년 구간에서 한국물의 상대 매력이 가장 낮다는 뜻이며, 해외채권 배분이나 헤지 후 캐리를 만기 무관하게 하나의 숫자로 논의해 온 곳이라면 재검토할 근거가 된다. 환헤지 비용의 구조 자체는 한미 금리차와 환헤지 편에 정리해 두었다.
넷째, 크레딧은 아직 조용하다. 8월 5일 회사채 AA− 3년물은 4.392%, 국고 3년물은 3.669%로 스프레드는 72.3bp다. 이번 움직임은 신용 위험의 재평가가 아니라 국고 커브 내부의 기울기 변화다. 두 가지를 섞어 읽으면 진단이 어긋난다.
5. 추세와 잡음을 구분할 것
마지막으로 규모의 감각을 붙여 둔다. 8월 4일에서 5일 하루 사이에 국고 10년물은 11.0bp 내렸다. 3개월간의 10년물 상승폭 33.4bp의 3분의 1이 하루 만에 되돌려진 셈이다.
일간 변동은 이만큼 시끄럽다. 이 글이 다룬 것은 하루치 방향이 아니라 만기별 상승폭이 단조롭게 커지는 3개월간의 구조이며, 그 구조는 주간 평균으로 봐도 그대로 남는다. 데스크에서 판단해야 할 것도 어제의 등락이 아니라 그 구조가 계속될지 여부다.
본 글은 공개 시계열(한국은행 ECOS, 미 세인트루이스 연준 FRED)을 직접 집계한 것으로, 특정 종목·만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3절의 원인 설명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며, 확인에 필요한 데이터 출처를 함께 밝혔다. 수치는 2026년 8월 6일 조회 기준이며 이후 개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