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10% 넘게 밀렸던 코스피가 오늘도 버티지 못했다. 이틀 연속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수는 장중 12.08% 폭락한 5,296.00까지 밀리며,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2단계 발동선(−15%)을 눈앞에 뒀다. 오후 들어 기관의 2.6조 원 매수세에 5,500선을 회복했지만, 리스크 데스크의 하루는 지수 반등으로 끝나지 않는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6년 만이고, 연이틀 발동은 1998년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이 글은 두 부분이다. 앞은 서킷브레이커 제도의 정확한 메커니즘, 뒤는 이런 날 리스크 부서가 실제로 점검해야 할 것들의 체크리스트다.
1. 제도: 세 단계, 그리고 자주 헷갈리는 지점
발동 요건은 모두 “코스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일정 비율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이다.
- 1단계 (−8%) – 전 종목 매매 20분 중단 후, 10분간 단일가매매로 재개
- 2단계 (−15%) – 1단계 발동지수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 시. 다시 20분 중단 + 10분 단일가
- 3단계 (−20%) – 2단계 발동지수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 시. 당일 장 종료
현물이 멈추면 관련 파생상품시장도 함께 중단된다. 실무에서 자주 헷갈리는 지점은 세 가지다.
- 각 단계는 하루 한 번만이다. 오늘처럼 1단계 발동 후 낙폭이 다시 8%대를 오가도 1단계는 재발동되지 않는다. 다음 트리거는 곧바로 −15%다. “한 번 멈췄으니 또 멈추겠지”라는 기대는 규정상 성립하지 않는다.
- 14시 50분 이후에는 1·2단계가 발동되지 않는다. 3단계만 장 종료 전까지 유효하다. 장 막판 급락은 제도가 받아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 중단 중 신규 호가는 접수되지 않고, 취소만 가능하다. 주문 시스템·알고리즘이 이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면, 재개 후 단일가 구간에서 의도치 않은 체결을 안게 된다.
2. 사이드카와는 다르다
사이드카는 선물 가격 기준이다. 코스피200선물이 기준가 대비 5% 이상 변동해 1분간 지속되면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코스닥은 코스닥150선물 6% + 코스닥150지수 3% 동반 요건). 시장 전체가 멈추는 서킷브레이커와 달리 프로그램매매만 묶이며, 역시 1일 1회·14시 50분 이후 미발동이다.
한 줄로 정리하면 –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의 과속방지턱,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의 비상정지 버튼이다.
3. 멈춘 20분, 리스크 데스크 체크리스트
거래가 멈춘 20분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유일하게 주어지는 정리 시간이다. 점검 순서는 자금이 실제로 빠져나가는 경로 순이다.
- 증거금·미수 – 일중 추가증거금(마진콜) 발생 계좌 집계, 미수·신용 잔고 기준 익일 반대매매 예상 물량 산출. 내일 개장 직후 하방 압력의 예고편이다.
- 파생·구조화 –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종가 리밸런싱 물량 추정(낙폭이 클수록 마감 동시호가에 같은 방향 물량이 쏠린다), ELS 녹인 배리어 도달 종목과 헤지 물량, 선물 베이시스 왜곡 여부.
- 한도 – VaR·손실한도 소진율, 스트레스 한도 저촉 여부, 리스크 리포팅 주기 단축(일 1회 → 일중). 한도 소진을 “장 끝나고 아는” 체계라면 이미 늦다.
- 유동성·담보 – 담보증권 가치 하락에 따른 RP·대차·장외파생 추가담보 요구를 감당할 현금 버퍼 점검.
- 운영 – 주문 시스템이 매매중단 상태를 인식하는지, 재개 단일가 구간의 주문 전략, 알고리즘 킬 스위치 작동 확인.
- 커뮤니케이션 – 경영진 보고 라인, 고객 안내 문안, 공시·감독당국 대응 창구 일원화.
4. 그 다음 날 아침
폭락일의 리스크 관리는 당일보다 익일이 어렵다. 반대매매 물량은 개장 전에 집계되어야 하고, 증거금·한도 파라미터는 “평시 변동성으로 산출된 값이 오늘도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받아야 한다. 파라미터 체계를 어디까지 열어봐야 하는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PTRM을 다룬 글에서 정리한 틀과 같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 테스트의 새 역사적 시나리오가 된다 – 시나리오 셋 갱신을 다음 분기로 미룰 이유가 없다.
발동 요건 등 제도 서술은 한국거래소 매매거래중단(서킷브레이커)·프로그램매매호가 효력정지(사이드카) 제도 기준이며, 세부 적용은 KRX 업무규정 원문을 확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