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1% 가까이 빠진 날, 원화가 강해졌다 – ‘급락일=원화 약세’ 공식이 이 여름 꺼졌다

8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5% 넘게 밀렸다. 간밤 미국 증시의 반도체·기술주 급락 여파로 풀이됐다. 교과서라면 이런 날 원/달러 환율은 올라야 한다. 실제로는 내렸다. 오전 9시 56분 장중 1,405.50원, 작년 10월 이후 최저였고, 이후 1,300원대 진입 보도까지 나왔다.

주가 폭락과 원화 강세가 한 화면에 떠 있는 날. 처음이 아니다. 3주 전인 7월 28일에는 코스피가 하루 10.84% 빠졌는데, 그날도 환율은 내렸다.

‘위험회피가 커지면 원화는 약해진다’는 공식이 언제부터, 얼마나 무너졌는지 실제 숫자로 확인해 봤다.

1. 공식은 실재한다 – 2015년 이후 상관 −0.454

KOSPI 종가와 서울외환시장 원/달러 종가(15:30)로 일간 수익률과 일간 변화율을 만들어 짝지었다. 2015년 1월부터 2026년 8월 18일까지 공통 영업일 2,853일, 수익률 쌍으로는 2,852개다.

전체 표본의 상관계수는 r = −0.454. 주가가 빠지는 날 환율이 오르는(원화가 약해지는) 관계가 11년 반 내내 유지됐다. 연도별로 잘라도 부호가 바뀐 해는 한 번도 없다.

연도 r 연도 r
2015 −0.286 2021 −0.526
2016 −0.565 2022 −0.624
2017 −0.367 2023 −0.588
2018 −0.587 2024 −0.342
2019 −0.596 2025 −0.419
2020 −0.739 2026 −0.448

연도별 일간 상관계수. 코로나가 덮친 2020년(−0.739)이 가장 강했다. 2026년은 8월 18일까지.

흔한 설명은 외국인 주식자금 경로다 – 위험회피가 커지면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판 돈을 달러로 바꾼다는 것. 다만 지난 글에서 확인했듯 그 경로의 설명력은 환율 변동의 11%에 그친다. 상관의 실체는 특정 자금 경로라기보다, 두 시장이 ‘위험회피’라는 공통 요인에 함께 반응해 온 역사다. 이 구분은 뒤에서 다시 중요해진다.

2. 측정 함정 하나 – 매매기준율로 재면 상관이 사라진다

본론 전에 방법 이야기를 짧게 한다. 이 계산을 흔히 쓰는 매매기준율(ECOS 731Y001)로 하면 상관계수가 +0.005로 나온다. 관계가 없다는 결과다.

매매기준율은 그날 시장이 아니라 전 영업일 거래의 가중평균이기 때문이다. 하루 밀려 있는 시계열이다. 실제로 매매기준율을 하루 당겨 코스피 당일 수익률과 짝지으면 상관이 −0.409로 되살아난다.

같은 ‘일별 원/달러’라도 어느 계열인지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된다. 주가와 같은 시각에 찍히는 서울환시 15:30 종가(731Y003)를 써야 당일 관계를 잴 수 있다. 2024년 7월 거래시간 연장 이후 공식 종가는 새벽 2시에 찍히지만, KOSPI 종가와의 동시각 비교에는 15:30 계열이 맞다. 이 글의 모든 숫자는 이 기준이고, 야간 시간대의 반응은 잡히지 않는다는 한계도 그만큼 남는다.

3. 상반기에 극한까지 갔던 공식이 석 달 반 만에 풀렸다

올해 60일 롤링 상관의 궤적이다.

기준일 60일 상관
2026-01-30 −0.130
2026-02-27 −0.429
2026-03-31 −0.659
2026-04-30 −0.809
2026-05-29 −0.727
2026-06-30 −0.509
2026-07-31 −0.227
2026-08-18 −0.194

각 월의 마지막 관측일 기준(8월은 18일까지). 직전 60영업일의 일간 상관계수.

2~4월 급락장에서 동조화는 4월 30일 −0.809까지 갔다. 주가가 빠지면 거의 기계적으로 환율이 올랐다는 뜻이다. 그 상관이 5월에 완만하게, 6월 이후 빠르게 풀려 8월 18일 −0.194까지 왔다. 정점에서 석 달 반 만에, 상관계수 기준으로 결합이 4분의 1 이하가 된 것이다.

−0.194가 얼마나 이례적인가. 2015년 이후 2,793개 관측일 중 60일 상관이 지금보다 약했던 날은 6.4%뿐이다. 다만 표의 첫 행이 스스로 반례를 보여 준다. 올해 1월에도 60일 상관은 −0.130으로 지금보다 약했고, 석 달 뒤 −0.809로 되돌아갔다. 차이는 배경이다. 1월은 코스피 일간 변동성 0.99%의 평온장이었다 – 움직임이 없으니 상관도 흐렸다. 지금은 변동성 3~6%대 급락장 한복판에서 흐려졌다. 조용해서 풀린 상관과 공포 속에서 풀린 상관은 같은 숫자여도 같은 상태가 아니다.

부호 자체는 여전히 음수다. 2015년 이후 60일 상관이 양수로 넘어가 머문 최장 기록이 10영업일에 그칠 만큼, 부호가 뒤집힌 적은 사실상 없다. 무너진 것은 부호가 아니라 강도다.

4. 급락일만 떼어 보면 – 6월에 금이 가고 7월에 뒤집혔다

강도가 약해진 것과 ‘급락일에도 원화가 버티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코스피가 하루 3% 이상 빠진 날(일간 수익률 −3% 이하)만 따로 모았다. 2015년 이후 58일이다.

기간 급락일 원화 약세 당일 환율 평균
2015-01 ~ 2025-12 31일 28일 (90%) +0.88%
2026-01 ~ 2026-05 11일 11일 (100%) +1.07%
2026-06 5일 3일 (60%) +0.12%
2026-07 ~ 2026-08 11일 3일 (27%) −0.31%

코스피 일간 수익률 −3% 이하인 날의 당일 원/달러 종가 변화.

작년까지 11년 동안 급락일의 90%에서 원화가 약해졌다. 올해 1~5월은 한 술 더 떠 11일 전부, 100%였다. 6월에 처음 금이 갔고(5일 중 3일, 평균 +0.12%), 7월부터는 집계가 뒤집혔다. 급락일 11일 중 원화가 약해진 날은 3일뿐이고, 평균은 −0.31%로 부호가 바뀌었다. 단서 하나는 달아 둔다. 7~8월의 11일은 6주 사이의 한 급락 국면에 몰려 있어, 서로 독립인 관측 11개와 같은 무게는 아니다.

폭락일로 좁히면 더 선명하다. 2015년 이후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빠진 날(−5% 이하)은 22일인데, 그날 환율이 오르지 않은 날이 7일 있다. 7일 전부가 올해 6월 8일부터 7월 29일 사이에 몰려 있다.

일자 KOSPI 원/달러
2026-06-08 −8.29% −0.27%
2026-06-26 −5.81% −0.69%
2026-07-08 −5.35% −1.94%
2026-07-16 −6.37% −0.29%
2026-07-24 −5.72% −0.01%
2026-07-28 −10.84% −0.41%
2026-07-29 −5.98% −1.08%

코스피 −5% 이하 폭락일 중 원/달러가 오르지 않은 7일. 2015~2026년 전체에서 이 7일이 전부다.

7월 28일이 정점이다. 지수가 하루에 10.84% 빠졌다.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그날 원화는 오히려 0.41% 강해졌다. 낙폭 1위인 3월 4일(−12.06%)에 환율이 0.69% 올랐던 것과 정확히 대비된다. 같은 해 안에서 시장의 반응 함수가 바뀐 것이다.

5. 주식은 끓는데 환율만 조용하다

시야를 변동성으로 바꾸면 같은 그림이 다른 각도로 보인다.

KOSPI 원/달러 배율
2026-01 0.99% 0.66% 1.5배
2026-02 2.95% 0.79% 3.8배
2026-03 4.85% 0.90% 5.4배
2026-04 2.69% 0.82% 3.3배
2026-05 3.51% 0.64% 5.5배
2026-06 4.69% 0.63% 7.5배
2026-07 6.40% 0.68% 9.5배
2026-08 (18일까지) 3.13% 0.33% 9.5배

월별 일간 수익률·변화율의 표준편차. 배율은 반올림 전 값으로 계산.

배율은 4월에 3.3배로 꺾이기도 하며 오르내렸지만, 추세는 분명하다. 연초 1.5배가 7월 이후 9.5배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분모다. 주가 변동성이 오르내리는 동안 환율의 일간 변동성은 6월 이후 계속 줄어 8월(18일까지)에는 0.33%, 표본 중 가장 낮다. 환율이 주식시장의 공포에 반응하는 정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관찰이고, 그 판정 자체는 3·4절의 상관 수치가 이미 내렸다.

왜인가. 후보는 있다. 8월 19일 급락일에는 커스터디 달러 매도와 달러선물 매도가 환율을 눌렀다는 시황 보도가 있었고(연합인포맥스), 수출업체 네고 물량과 연준이 9월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원화 강세 배경으로 지목됐다(매일경제). 외국인의 달러선물 순매도가 3주째 이어졌다는 집계도 있다(연합인포맥스). 다만 이 글에서 원인을 가려낼 수는 없다. 지난 글의 결론처럼 단일 요인으로 환율을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위험하다. 확인된 사실은 원인이 아니라 반응 함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6. 리스크 데스크의 실무 함의

주가-환율 음(−)의 상관을 전제한 계산을 재점검할 것. 국내 주식과 달러 자산을 함께 든 포트폴리오는 지금까지 음의 상관이 만들어 주는 자연 분산효과를 누려 왔다. 주가가 빠지면 달러가 벌어 주는 구조다. 장기 평균(−0.45) 수준으로 상관을 고정해 둔 리스크 시스템이라면, 최근 60일 추정치(−0.19)와의 간극만큼 분산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 상관 완화는 포트폴리오 VaR를 키우는 항이고, 변동성 급변과 함께 갱신해야 의미가 있다. 꼬리에서 벌어지는 일은 하루 −12%는 몇 시그마인가에서 다뤘다.

환헤지 비율의 전제를 다시 물을 것. ‘주가 급락 시 원화 약세가 환헤지를 대신한다’는 논리로 해외자산 헤지비율을 낮춰 온 기관이라면, 그 전제가 7월 이후 급락일 11번 중 8번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 헤지비용 계산의 뼈대는 한미 금리차 88bp와 환헤지 비용의 구조에서 다뤘다.

롤링 상관을 모니터링 지표로 올릴 것. 60일 상관 −0.19는 2015년 이후 하위 6.4%다. 이것이 국면 전환의 시작인지, 1월처럼 되돌아갈 일시적 이완인지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모니터링해야 하는 이유다. 20·60·120일 세 창을 함께 두면 진행 방향을 읽을 수 있다. 8월 18일 기준 세 값은 −0.195, −0.194, −0.453. 짧은 두 창이 긴 창의 절반 이하까지 내려온 뒤 서로 붙어 있다. 이완이 빠르게 진행된 뒤 최근에는 그 수준에서 멈춰 있다는 뜻이다.

8월 19일 같은 날이 다시 와도 이제 놀랄 일이 아니다. 데이터는 6월부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자료: 한국은행 ECOS KOSPI지수(802Y001), 서울외환시장 원/달러 15:30 종가(731Y003) 및 매매기준율(731Y001), 2015년 1월 2일~2026년 8월 18일 공통 영업일 2,853일, 2026년 8월 19일 조회. 수익률은 단순 수익률 기준. 8월 19일 당일 서술(장중 5%대 급락과 그 배경, 장중 1,405.50원, 1,300원대 진입, 커스터디·달러선물 매도, 3주 연속 달러선물 순매도)은 ECOS 미반영으로 연합인포맥스(2026-08-19)·매일경제(2026-08-19) 보도를 인용했다. 이 글의 수치를 만든 코드는 github.com/faros0852/faros-insights에 공개돼 있습니다(analyses/kospi_fx_correlation.py – 매매기준율 검산 포함). 같은 원자료로 직접 돌려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